어쩔수 없이 거스를수 없는게 시간이라 합니다.
시간의 흐름이란 물의 흐름과 같아서 어릴적엔 천방지축 졸졸거리며 어디든 부딪히고 넘나들던 개울물 같았고 커가면서 점차 시냇물이 되었다가 어느정도 규모를 이루는 강물도 되었다가 이제는 겉으로 보기엔 고요하고 천천히 흐르는 듯하나 보이지 않게 빠른속도로 바다로 나가는 강에 하류같습니다.
50줄에 들어서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언제까지 이런 물의 흐름을 따라가야만 하는것인지, 이제 저 바다로 나가면 다시는 민물의 담백함을 더이상은 느끼지 못하고 짜디짠 큰 물속에서 섞이다 사라질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같은것을 느낍니다.
이루어 놓은 큰 연못도 없고 그렇다고 흔적을 남길만한 세찬 격류도 되어보지 못한채 그저 남들 흐르는데로 따라 흘러온것만 같습니다.
간혹 제가 인생에서 자그마하게 흐름을 거스른다고 느끼는 부분이 그나마 제가 듣는 음악에 있다고 하면 좀 의아하지요?
남들 다 따라가는 TR 이며 디지털의 속에서 진공관을 논하고 LP를 꺼내보면서 나름 휩쓸리지 않는 한 부분이라 자위하기도 합니다.
일년전 이사를 하고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진공관 앰프며 LP를 꺼내 챙겨보고, 횡하니 비어있던 안방 한부분에 스피커를 놓고 간이로 선만 연결해서 이사한지 거의 1년 만에 음악을 울리면서 들었던 생각들입니다.
너무 너저분하게 늘어놓아서 그동안 조용하던 마눌의 성화가 다시 시작될거란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릴순 없지만 그래도 아주 잠시 느끼는 여유로움과 행복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오랜동안 접었던 LP를 보니 다시금 좀더 흐름을 거슬러보고싶은 욕망도 생겨서 이제와서 새로 턴테이블을 살수는 없는 노릇이라 시간도 죽일겸 하나 만들자는 생각이 머리에 스칩니다.
예전에 잠깐 하나 만들어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고 지금은 그 부품들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생각이 나질 않아서 그냥 지인이 준 오래된 고물 턴테이블을 하나 잡았습니다. 좋은것도 아니고 그저 모터와 테이블만을 쓰기로 했습니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놔둬도 쓰레기 소리는 듣지 않을만하게는 만들어야지 싶습니다. |